한국여행기

팔선에서 신선놀음 해볼까?

에디터 달 2022. 1. 21. 14:34

INTRO

과연 최고의 호텔에는 최고의 식당이 존재할까?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일단은 'YES'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호텔 중 하나인 신라호텔에는 수준 높은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인 콘티넨탈, 한식당 라연, 일식당 아리아께, 중식당 팔선, 뷔페식당 더 파크뷰까지 격조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요즘 같은 때에는 여행수요가 국내의 고급 호텔로 몰려 예약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유명한 셰프가 있는 식당은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시도해도 예약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번엔 비교적 예약이 쉬운 편이었던 신라호텔의 '팔선'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은 코스요리지 

  신라호텔은 밖에서 보이는 건물 규모에 비하면 로비는 비교적 좁은 편이다.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대에 방문하게 되면 로비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다소 부산해 보여 여기가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호텔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식당 팔선은 2층에 있다. 계단을 이용해 걸어 올라가면 한자로 '八仙'이란 글자가 쓰인 식당이 보인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예약된 자리에 앉고 나서 식당 전체를 둘러보니 식당 내부 규모는 그다지 크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노랑과 주황빛의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어 차분한 분위기에다가 큰 사이즈의 백자로 장식해 두어 동양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손님들의 구성은 커플, 가족, 친구 등 다른 식당들과 비슷해 보였다.

신라호텔 팔선 내부

  첫 방문이라 여러가지 맛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매난국죽'의 네 가지 코스요리 중 두 번째인 '蘭'을 주문했다. 원형 테이블은 정갈했고, 마스크를 넣을 수 있는 종이 홀더가 있어 편리했다. 세 가지 종류의 밑반찬은 바닥이 보이기도 전에 새것으로 채워 주었고, 차나 물도 마찬가지로 따로 직원을 부르지 않아도 채워 주는 서비스가 좋았다.

  코스요리의 첫번 째는 수프였는데 바닷가재를 넣은 산미가 있는 수프였다. 먹어본 듯 먹어보지 않은 그런 독특한 수프였는데 메인 요리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고 긴장을 풀어 줄 수 있는 그런 메뉴였다. 두 번째 코스는 대게와 달걀흰자를 적절하게 섞은 전채요리였다. '살살 녹는다.'란 말은 딱 이 경우에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코스는 자연산 송이와 해삼 그리고 청경채를 넣어 볶은 요리였는데 송이 향이 일품이었다. 식감에 공을 들인 훌륭한 요리였다. 네 번째는 통후츠 소스를 얹은 소고기 볶음인데 중식당이지만 나이프와 포크를 구비해 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부드럽지만 큼직한 사이즈의 소고기는 얼핏 서양식 같기도 해서 찹스테이크나 소스를 듬뿍 바른 안심 스테이크를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여느 중식당과 마찬가지로 짬뽕, 짜장면, 볶음밥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된다. 짜장면을 잘해야 진짜 중식당이다 싶어 짜장면을 주문했다.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다져 넣은 게 차이점이고, 짜장 소스에 들어가는 모든 채소가 잘게 다져진 스타일이어서 면과 잘 섞이는 장점이 있었다. 단맛이나 짠맛이 강하지 않아 일반 중식당에서 흔히 맛보던 짜장 소스와는 차이가 확연했다. 디저트는 홍시를 갈아 만든 퓌레에 생딸기 편을 얹은 것인데 모양도 훌륭했지만 입안을 아주 상큼하게 만들어 주었다. 집에서도 만들어 먹고 싶은 훌륭한 디저트란 생각이 들었다. 

통후추소스 쇠고기 볶음

한번 더 방문해야 할 이유

  맛, 서비스, 분위기 등 최고의 호텔다운 수준이었다. 코스요리의 질도 우수했다. 다만 아쉬운 몇 가지가 있다면 청소년과 젊은 청년들이 먹기엔 코스 요리의 양이 비교적 적은 편이 아닐까 싶다.  코스가 짧게 구성된 것도 아쉬운 것 중 하나이다. 첫 방문에서 코스를 먹었다면 두 번째 방문에는 단품 요리를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베이징 덕, 누룽지탕 등 인기 메뉴들이 아직 남아 있으니 한번 더 방문해야 할 것 같다.

  호텔 식당이지만 비교적 합리적 가격으로 음식을 맛보려면 신라 S멤버십에 가입하면 편리하다. 식당 할인율이 꽤 좋은 편이어서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선택이다. 2인일 경우 20%, 3인 33.33%, 4인 25% 등 인원수에 따라 할인율은 상이하지만 할인 폭이 커서 좋은 것 같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합리적이고 효율성 있는 방법으로 품격 있는 호텔 식당을 이용한다면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