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기준에 부합하다.
나만의 맛집 기준은 거리가 멀어도 운전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곳, 번호표를 받아야 하고 줄을 서야 함에도 배고픔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곳, 한 숟가락 뜨자마자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게 하고 연신 맛있다는 말을 내뱉게 하는 곳이다. 식사를 막 끝내고 식당 문을 나서면서 또 먹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그런 집이 진짜 맛집이 아닐까 한다. 그런 맛집 중 하나인 봄내를 소개하고자 한다.
멸치로 쌈을 싸다.
멸치로 만든 음식이라고는 멸치볶음이 전부였던 나에게 멸치 쌈밥은 그 이미지 조차 떠오르지 않는 생소한 음식이었다. 식당에서 마주한 멸치 쌈밥은 일단 비주얼은 합격이었다. 미역줄기 볶음, 멸치볶음, 쌈무, 열무김치, 쌈장 그리고 가지런히 정리된 상추가 기본 상차림이다. 여기에 낮은 돌 냄비에 지글지글 끓고 있는 멸치조림과 흰쌀밥이 등장한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한식 밥상인데 그 맛은 단연 일품이다. 생멸치를 청양고추와 파, 고사리 등을 넣어 빨갛게 칼칼하게 끓여 내는 멸치조림은 돌 냄비에 적당히 졸여지면서 먹을수록 더 풍미가 좋고 진해서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밑반찬도 짜지 않아 메인 음식인 멸치조림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상추쌈에 흰밥 한 숟가락, 그 위에 멸치조림 얹어 싸 먹는 이 간단한 조합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먹고 또 먹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서비스에 만족하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대박 맛집은 자칫 위생이나 서비스에 소홀할 수 있다. 맛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일한 생각은 맛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멸치 쌈밥 식당은 위생도 서비스도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손님이 음식을 먹고 나가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식탁을 정리하고 소독한다. 식탁이 깨끗하게 정리된 후에야 다음 손님을 자리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앞 손님이 어질러 놓은 지저분한 식탁을 보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직원 수가 부족하다면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지만 정리되지 않은 식당으로 손님을 들이는 것은 최악의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식당이 주는 최고의 서비스는 밑반찬을 리필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밑반찬을 내는 것을 꺼리는 식당도 많다. 반찬을 추가로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쌈밥 집은 직원이 매의 눈으로 빈 반찬 그릇을 확인하고 밑반찬을 리필해준다. 상추 역시 처음 내놓을 때처럼 가지런히 서비스해준다. 8천 원 대의 가벼운 한식 상차림에 이토록 정성 스런 서비스를 제공받으니 먹는 즐거움은 배가 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경남으로 이사 와서야 알게 된 생소한 음식이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음식이 바로 멸치 쌈밥이다. 줄 서는 수고스러움을 행복한 기다림으로 바꿔 주는 그런 음식 또 그런 맛집이 계속해서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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